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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24일 기자회견은 측근들도 마지막까지 주요 내용을 알지 못할 만큼, 본인 스스로 여러 차례 수정한 결과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당에서는 측근들조차 이날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발언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예상했던 수위보다 훨씬 표현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 핵심 측근은 “지금까지는 역사에 대한 평가를 자제했는데 완전히 바뀐 것”이라며 “후보가 직접 결심하고 결론도 본인이 내린 것인데, 이렇게 세게 할 줄은 나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날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을 연 것부터 발언의 수위까지 모두 박 후보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문도 박 후보가 직접 작성했다. 이후 측근들과 함께 논의해 일부 표현은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나한테 맡겨달라’고 하셨다”며 “후보 본인이 직접 관련된 건이니까 주변에서 거들어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10일 MBC라디오에서 “인혁당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발언을 기폭제로 과거사와 관련한 박 후보의 입장이 논란거리로 부각된 뒤, 측근들은 수차례 과거사 관련 입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마다 박 후보는 “나에게 맡겨달라”고만 밝혔다. 박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을 털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분명히 한 것 같다”며 “단 입장 변화 뒤에도 야권의 공격이 계속될 것을 우려해 최적의 타이밍과 발언 내용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석 전 박 후보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24일 부산 지역 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결국 박 후보는 별도의 시간을 내 차분하게 본인의 입장을 조목조목 밝힐 수 있는 기자회견을 택했고, 시기도 예상보다 빨랐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과거사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늦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박 후보는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이어 “지금까지 봐온 (박 후보의) 표정이 아니다”며 “(오늘 기자회견은) 가슴으로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병기·박정경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