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5·16 군사정변과 유신,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등이 헌법 가치를 훼손시켰다며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인혁당 사건 유족 등 해당 사건 관계자들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법조계는 “당연한 사과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인혁당 사건 유족들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창훈 4·9 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은 “갑작스러운 박 후보의 사과가 최근 몇 주 사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찾아낸 궁여지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유가족이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말뿐인 사과로 새롭거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 국민을 위한 각종 위원회를 출범시키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는데 국민대통합위원회도 그 정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신 시절인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던 이철 전 민주당 의원은 “1970년대 청와대 생활에서 주입됐던 생각만 머릿속에 화석처럼 굳은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앞으로 국민들 앞에 더욱 낮은 자세로 깊이 있는 사죄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후보의 사과가 다행스럽지만 때늦은 감이 있고 사과 수위가 너무 낮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 지역 한 변호사는 “인혁당 사건의 경우 사법살인으로 불릴 정도로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사이며 통치자의 과오라고 할 수 있다”며 “사과는 당연한 것으로 반성의 정도가 조금 더 절실했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법관은 “재심 결정이 난 사안의 경우 앞선 선고는 무효가 되는 것이 당연한데 박 후보가 두 가지로 봤다는 점에서 법조계가 충격을 받았다”며 “(박 후보가) 반성했다는 점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럽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헌법 연구학자도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박수진·인지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