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단호’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기금 기부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하기로 한 것은 ‘우리땅을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관계도 중요하지만 ‘영토분쟁’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선전포고’이자, 최근 잇따른 독도·역사왜곡 도발을 감행한 일본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조용한 외교’에서 ‘단호한 대응’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되면서 한·일관계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연기 파문에 이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 일본에서도 조기 총선이 점쳐지면서 한·일 양국의 내부 정치일정과 맞물리면서 민족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결단’은 무엇보다도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일본의 도발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7월31일에도 2012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 8년째 표기하는 등 올해도 릴레이 독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8일에는 지난달 발간된 한국의 ‘외교백서’를 문제 삼으면서 독도 기술을 지우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다.

지난해 3월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를 무더기로 검정 통과시키고,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독도 방문 시도를 허용하면서 점차 올라간 공세 수위를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가고 있는 것. 특히 정부는 1월25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이 중의원에서 독도문제와 관련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국에) 전하겠다”고 처음 밝힌 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올해는 처음으로 도쿄(東京)에서 개최했고 이 행사에 야마구치 쓰요시(野田佳産) 외무성 부상 등 정부인사가 참여한 점 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대변인 성명으로 급을 올리고, 초치하는 일본대사관 인사도 공사급으로 올리는 등 대응수위를 높여왔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말’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 이 대통령이 지난해 4월1일 기자회견에서 “천지개벽이 두 번 돼도 이것(독도)은 우리 땅”이라고 밝힌 발언을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정부합동 독도영토관리대책단이 지난해 3월말 마련한 ‘실효대책’과도 맞물린다. 15일 광복절이 다가온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보보호협정 추진에 따른 국내 비판을 불식하고, ‘친일정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하락 추세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독도는 꼭 한 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일 새벽 예정된 2012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과도 맞물리면서 한·일 양국 모두에서 민족주의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