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적 궁지에 몰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센카쿠(尖閣)열도 국유화 등 영토 문제에 대해 강경 보수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초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여기에 자민당 등 보수 정치인들이 가세할 경우 독도 문제는 정계 개편을 앞둔 일본 정계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선명성 경쟁과 맞물리면서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강경 대응’으로 요약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10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며 “모든 루트를 동원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엄정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일관계의 급속한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이 알려진 9일부터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독도 방문을 철회하라고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요미우리(讀賣), NHK 등 일본 언론들도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 및 톱기사로 보도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전반적으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광복절을 앞두고 국민 감정에 호소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는 이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직후부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임기 말 완전한 레임덕에 빠졌다”며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주변에서 대통령이 직접 독도를 방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고 전했다. NHK는 측근 비리 등으로 이 대통령이 정치적 궁지에 몰린 것도 이유라고 꼽았다.

또 지난해 이후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 징용자 보상문제 등이 잇따라 부상한 데다 지난해 12월 교토(京都)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많은 시간을 들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청했으나 일본 측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더욱 경색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수강경으로 몰려가고 있는 일본 국내 정치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노다 정부는 최근 원자력 기본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재해석 및 센카쿠 국유화 등 보수 강경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