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갈수록 고조될 조짐이다. 양국 정부 간에 한치 양보 없는 외교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동안 독도영유권을 놓고 벌어진 양국 간 극심한 대립은 민간부문에서 주로 진행돼 왔으나 지난해부터 일본 정부가 자국 내 우경화의 바람을 타고 ‘도발’을 주도하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정부는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 추진에 대해 일본이 제동을 걸고 나선 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꾸할 가치를 못 느꼈던 한국 정부도 금도를 넘어선 일본 정부의 행태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넘어선 공세적 전략으로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일본 정부가 무슨 일에든 기계적인 항의를 일삼고 있는데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항의”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이 부산, 광주, 독도 상관없이, 우리나라 땅 어느 곳이든 못 갈 곳이 없는데 일본이 이에 무슨 항의를 한다는 것인지…”라며 분개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언론에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추진과 관련,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국 측에 방문 중지를 요구했다”고 밝힌 데 대한 답변이다.

우리 정부는 이 대통령의 울릉도·독도 방문을 일본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독도 문제가 자칫 국제법정으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 독도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수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는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영토주권 사항인 독도문제 외에도 양국 간 외교현안은 대립해온 지점이 많다. 주로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함한 역사교과서 문제, 일본의 외교청서, 방위백서 내용, 일본군 위안부 청구권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제들이다.

지난해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독도 입도를 시도하다 무산되는 등 비상식적인 도발 수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관계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이 대통령이 초반부만 해도 “일본도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지만, 이제 이를 포기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수위를 높여 나가는 데 대해 주도적이고 공세적으로 맞대응하는 것 외에 달리 해결책이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