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출발해 독도로 향했다. 이 대통령이 독도에 들어갈 경우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의 거듭되는 망발에 국가원수로서 쐐기를 박기 위한 행보인 만큼 청와대는 내내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상황이 최대 변수인 만큼 이 문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해마다 독도 방문을 검토했지만 기상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의지가 강했던 만큼 이번 독도방문 추진에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독도는 꼭 한 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일본과의 외교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독도 방문을 추진했지만, 불필요한 빌미는 주지 않으려는 듯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어서 환경적 의미도 있다”는 수준에서 말을 아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독도행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등이 수행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불필요한 외교적 갈등은 최소화하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유영숙 환경부 장관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설가 이문열·김주영 씨가 동행한다.

실제 독도 방문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 내 참모들 간에는 신중론과 돌파론이 함께 개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신중론자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자칫 국제분쟁화를 시도하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지만 대세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논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 독도를 방문한 정부 최고위급 인사는 2008년 7월29일 독도를 방문한 한승수 총리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직 총리로는 ‘유일무이’한 첫 독도 방문이었다. 당시 한 총리는 서원선 독도경비대장으로부터 경비현황을 보고받았고, 경북도에서는 동·서도 연결 방파제 설치, 무인해양관측기지 조성 등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설명했다.

한 총리는 송병원 독도경비함대 함장과 위성으로 전화 통화하면서 “독도 영토주권 수호에 노고가 많다”고 치하했다. 이어 독도경비대와 오찬을 함께 하면서 격려금 등을 전달했고, 독도주민 김성도(당시 68세) 씨 부부에게는 기념시계도 선물했다. 또 독도 동도 헬기장에 ‘동해의 우리땅 독도’라고 새겨진 표지석 제막식도 했다. 표지석은 가로 32㎝, 세로22㎝ 크기로, ‘국무총리 한승수’라고 이름도 새겨져있다.

당시 한 총리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 총리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의 땅이자 영토이다. 남이 뭐라고 해도 우리의 자식이다”면서 “우리에게 족보가 있고 호적이 있어서 누가 뭐라 해도 뺏어갈 수 없는 우리 땅”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독도주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해나가되, 너무 감정적·즉흥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성적·전략적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상협·신보영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