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0일 시작하는 19대 국회에서 의원들의 ‘묻지마 입법’이 계속될 경우 무더기 법안의 심각한 ‘부실 심사’가 우려될 것으로 보인다.

새 국회법에서 ‘정쟁으로 심의도 안 되는 법안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의안 상정간주제’가 자칫 실제 국회 운영에서는 주요 법안의 부실 심사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법률안이라고 보기엔 민망할 정도의 조급한 내용의 입법안들의 대거 상정 때문에 주요 법안의 심사마저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 59조의 ‘의안상정간주제’는 법안 숙려기간(15~20일)이 지난 후에도 30일이 넘도록 상정되지 않은 법안은 상정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상정간주된 모든 법안에는 심의 48시간 전까지 해당 상임위원회의 검토보고서가 첨부돼야 한다. 결국 의원들이 제출한 모든 법안이 상정되고 국회사무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검토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의원들이 지역 민원 등을 의식해 무더기로 제출한 ‘묻지마 법안’에 밀려 정작 제대로 된 심의가 필요한 법안을 검토할 물리적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게 되는 상황이다.

실제 법안 건수는 16대 국회 3254건에서 17대 국회 8592건, 18대 국회 1만4947건으로 최근 8년새 급증했다. 18대 국회 1만4947건 중 6489건은 상정되지 않고 계류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감안하면 18대 국회가 심의한 법안은 8458건이다. 19대 국회에서 2만 건의 법안만 제출돼도 18대 국회보다 1만 건 이상 법안을 추가로 심의해야 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29일 “실제 상정되지 않은 법안은 대부분 ‘너무 민감’하거나 발의한 의원조차 민망해하는 ‘너무 어이없는’ 법안들인데 이들 법안까지 모두 상정될 경우 정말 중요한 법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역민원성 입법이 많은 상임위원회의 경우 ‘비상’ 수준이다. 18대 국회 계류법안 6489건 중 보건복지위원회 1021건, 행정안전위원회 771건, 교육과학기술위원회 476건으로 세 상임위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 계류 법안은 지역구 의원들의 ‘묻지마 입법’을 여야 간사가 ‘양심상’ 걸러낸 것인데, 이런 법안들이 19대 국회에서는 무더기 상정되게 된다.

국회사무처 고위관계자는 “의원들이 ‘묻지마 입법’을 줄이는 자정 작용을 스스로 벌이는 한편, 신설된 59조 2항(위원장과 간사가 합의할 경우 상정간주제 예외)을 ‘어이없는’ 법안을 걸러내는 ‘필터’로 활용하는 운영의 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