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주출’(주사파 출신) 통합진보당(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국회 입성에 대해 뒤늦게 깊은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북한보다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 후 29일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북한과 연결된 사람들이 국가의 중요 의사결정의 핵심부로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 관계자는 또 “국민이 직접 뽑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에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있지만 당내 부정선거를 통해 종북세력이 비례대표로 들어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28일 라디오 연설에서 북한이 아웅산 테러와 천안함 폭침을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주장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던 이 대통령이 공식 연설에서 ‘종북세력’을 언급한 것도 주사파 출신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보당 사태에 대한 각종 보고를 받았고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라디오 연설에서 종북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우려 표명 이 외에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만큼 일단 진보당과 국회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추후 19대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을 초청하더라도 항의의 뜻으로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관례적으로 국회 개원식에 참석했고, 이 대통령도 지난 2008년 7월 18대 국회 개원식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아직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개원일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박영출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