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끝내 들어가시겠다고…’ 19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의원회관 신관에 마련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무실. 아직 입주하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가 감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통합진보당 내 종북(從北) 인사들이나 주사파 출신 의원들이 국가기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주사파 출신들이 국가안보나 기밀과 직결된 국회 상임위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법에 보장된 대로 국회의장의 ‘상임위원 배치권’을 발동해야 합니다.”

이른바 주출(主出·주사파 출신) 당선자들의 국회 입성이 사실상 확실한 가운데 정치권 원로들이나 전문가들은 29일 이들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상임위에 배치되지 않도록 국회의장이 적극적으로 역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래 국회법에는 비교섭단체의 상임위원 배분 요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국회의장이 가급적 비교섭단체 정당들의 주문을 들어주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 관행을 과감히 털고 법대로 하지 않으면 국가기밀의 외부 유출, 특히 북한 정권으로의 직송(直送) 사태를 막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현행 국회법 48조 2항은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상임위원 선임은 의장이 이를 행한다’며 의장에 의한 사실상의 ‘강제 배치권’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출’ 의원들의 접근을 차단해야 할 주요 상임위로 전시(戰時)작전계획을 다루는 국방위, 북핵 문제를 다루는 외교통상통일위, 국가 전산망 구축 등과 관련한 행정안전위 등을 꼽았다.

정치권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특히 진보당 내에서만 해도 ‘주출’ 국회의원이 적게는 6명에 이들이 거느릴 보좌진과 정무직 등을 포함하면 최소 50명 이상의 종북 성향 그룹이 국회를 휘젓고 다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국가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우리 국회는 정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고 국회가 지나치게 정당의 눈치를 보면서 원내교섭단체 중심으로 돌아가는 왜곡된 구조”라면서 “국회법에 규정된 대로 의장이 상임위 배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함(정치외교학) 연세대 교수도 “국회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부정한 방법으로 선출된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당내 문제라 할지라도 국회법에 따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의 강력한 국회의장 후보인 강창희 새누리당 당선자도 ‘주출’ 의원들의 국방위나 외통위 등 국가기밀을 다루는 부서 배치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승배·박정경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