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네번째 사과.’

정보기술(IT)업계와 애플에 열광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과로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화가 폴 세잔의 사과에 이어 ‘한입 베어먹은 모양’인 애플의 로고를 추가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스티브 잡스와 그가 일군 애플이 IT업계에 끼친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잡스는 애플Ⅱ를 통해 PC시대를 활짝 열었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자신이 문을 열었던 PC시대의 막을 내리고 포스트 PC시대를 개막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애플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린 IT회사는 많지만 애플처럼 산업 자체를 바꿔놓은 회사는 없었다”며 “잡스의 혁신과 창의성이 세상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잡스는 1977년 개인용 완제품 컴퓨터 ‘애플Ⅱ’를 내놓았다. 1976년 애플컴퓨터를 창업한 뒤 1년 만에 내놓은 애플Ⅱ는 컬러 그래픽이 가능한 세련된 베이지색 외관에 모니터·키보드를 갖췄으며, 전문가뿐 아니라 개인시장을 겨냥한 첫 컴퓨터로 1980년대 초까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50%를 휩쓸었다. 잡스는 이어 1984년 그래픽 사용자환경(GUI)을 적용하고 마우스를 도입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내놓는다. 매킨토시는 컴퓨터 사용 환경에 일대 혁신을 불러온 제품으로 평가된다.

잡스는 ‘PC 시대의 개척자이자 파괴자’(삼성경제연구소)였다. 애플이 2007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자 세계는 열광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은 기존 피처폰이 전부였던 휴대전화 시장을 일대 충격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휴대전화 산업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의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IT업계에도 본격적인 산업 융합의 시대를 열었다.

2010년 초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포스트PC시대를 열었고, 글로벌 IT업체는 애플이 만들어놓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놓고 격돌하는 형국이 됐다.

잡스는 6월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10년 전에는 PC가 디지털 생활의 허브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PC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기도 했다. 잡스는 지난해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애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인문학에서 가져온 인간성과 기술을 연결한 것”이라며 인문학과 연계한 공학을 함께 연구하는 융합 학문 시대를 앞당기기도 했다.

한계에 도전한 잡스의 아이디어는 상업적으로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다. 애플Ⅱ의 후속작으로 내놓은 업무용 ‘애플Ⅲ’(1981년), 그래픽 사용자 환경에 맞춰 출시한 ‘리사’(1983년), 깔끔한 플라스틱 육면체 외관을 가진 소형데스크톱 ‘큐브’(2000년) 등이 실패작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잡스의 위대한 점은 그 실패를 딛고 결국 기술로 세상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평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