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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구루(스승, 거장)’, ‘1달러 최고경영자’, ‘프레젠테이션(PT)의 달인’, ‘애플세상의 창조자’, ‘감각 디자인의 귀재’….

한 시대를 풍미한 스티브 잡스를 지칭한 별칭들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호칭이다. 잡스가 애플을 통해 내놓은 것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의 제품에는 또 다른 세상, 철학이 담겨 있었다.

“죽음은 인생에서 커다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덧없이 사라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무념무상(무념무상)의 경지에 닿아 있는 그의 동양적 사상의 색채는 미국은 물론 머나먼 한국땅에 ‘애플폐인’을 낳았다.

무엇이 스티브 잡스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인생의 경험이 한 사람의 사상을 낳는다면 잡스의 삶은 분명 불행과 성공의 극단을 달린 롤러코스터였다. 그는 고난을 성공의 양분으로, 실패를 성공의 기반으로 삼았다.

그런 그의 개인적 삶이 공개된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그는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불우했던 어린 시절, 암투병, 좌절과 성공 등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잡스는 1955년 2월2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입양기관을 거쳐 폴과 클라라 잡스 부부로 입양됐다. 잡스는 “태어나자 버려졌다”고 고백했다. 잡스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와 생모 조앤 심슨은 위스콘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캠퍼스 커플로 만났으나 심슨 가족이 잔달리가 시리아인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결혼에 반대해 미혼모인 상태로 잡스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잡스는 학창시절 내내 ‘사고뭉치’였다. 그의 생애를 정리한 위키피디아는 ‘학교 선생이 돈과 사탕으로 구슬리는 것으로 학교생활을 했다’고 적고 있다. 그런 잡스를 잡스부부는 사랑으로 감싼 것으로 전해졌다. 잡스는 잡스부부를 유일한 부모로 여겨 양부모라 부르는 것을 싫어했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 잡스의 암투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생부인 잔달리가 공개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잡스는 응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히스키트라는 드마추어 전자공학 키트는 그의 인생을 바꾼다. 열심히 놀면서 전자제품에 기초 작동원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이 대학시절 컴퓨터 연구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휴렛팩커드에서 방과후 수업을 들으며 전자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도 했다. 졸업 후 잡스는 명문 리드대학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중퇴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중퇴 이유에 대해 “부모님들이 비싼 학비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잡스는 훗날 고백했다. 당시 친구의 방바닥에서 자고 먹을 것을 위해 콜라병을 반납해 5센트를 모았으며 한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으려고 7마일(11.3㎞)을 걸어가기도 했다.

1974년 잡스는 인도여행을 통해 불교와 동양사상을 접했다. 그는 “이것(불교를 접한)이야 말로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꼽았다.

숨은 ‘컴퓨터 천재’였던 잡스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알토스에 있는 양부모의 집 창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후 이듬해 개인용PC 애플2을 내놓았다. 모니터도 없고 디자인도 투박했으나 의외로 인기를 끌었다. 1980년 주식을 공개했고 1984년에는 당시 컴퓨터 업계의 거인 IBM에 대항해 최초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애플리사를 선보였다.

그러나 30세 때인 1985년 자신이 영입한 CEO 존 스컬리과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동안 내놓은 매킨토시가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실패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 됐다.

잡스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았다. 넥스트사를 세워 세계 최초의 객체지향 운영체제인 넥스트사를 세웠으며 1986년 컴퓨터그래픽(CG) 영화사 픽사를 인수해 또다시 일어섰다. 드디어 1997년 잡스는 애플로 복귀한다. 애플이 넥스트사를 인수하면서 복귀한 것이다. 당시 애플은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잡스는 복귀하자마자 애플에 혁신의 신화를 낳기 시작한다. 아이맥에 이어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불행은 그 뒤에도 잡스를 그냥 두지 않았지만 잡스는 불행을 그만의 방식으로 이겨냈다. 그는 2004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뒤 2009년 간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치열하고 긴 투병생활에 시달려야 했지만 매번 제품의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암선고를 받은 후 죽음에 직면한 후에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화를 일궈냈다. 그는 스탠퍼드대 연설 말미에서 그의 삶이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전진하면서(Stay Hungry. Stay Foolish)” 살아온 것이라고 고백했다.

2011년 10월 5일 이제 잡스는 그 자신의 치열한 갈망을 멈췄다. 열심히 열망해 일군 많은 것들과 슬픔을 그의 ‘애플폐인’들에게 남겼다.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