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巨人)을 잃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어디로 갈까?’

스티브 잡스의 사망으로 글로벌 IT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IT업계에 미친 잡스의 영향이 컸던 만큼 ‘잡스의 공백’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IT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던 동력이 사라졌다는 점이 세계 IT업계가 잃은 가장 큰 자산이라는 분석이다.

6일 잡스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IT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IT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잡스의 죽음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고, 준비돼 왔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곧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원모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잡스의 사망은 글로벌 IT업계에 큰 손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오던 혁신과 상상력은 아무나 재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 내는 동력은 아무한테서나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잡스와 같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거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세계 IT 업계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당연히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그 위력이 얼마만큼 떨어질 것인가이다”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위원은 “위력은 떨어지겠지만, 그동안 잡스가 쌓아놓은 튼튼한 기반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나 LG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기업들이 애플을 따라잡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최소한 2 ~ 3세대(4 ~ 5년)는 지나야 애플의 ‘혁신성’이 어느 정도 희석될 수 있을 것으로 서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글로벌 IT업계에서는 잡스가 내놓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혁신적인 제품이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지만, 애플과 글로벌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에는 잡스의 사망이 애플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반면 조규재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팀장은 “잡스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고,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자리를 떠난 상태였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곧 시장이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원모 책임연구원은 “잡스의 전략은 그의 상상력에 기반했기 때문에 제품이 나올 때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이 있었고 경쟁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애플의 구심점은 혁신보다는 기존 제품의 기능 개선이나 관리 측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