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어디로….’

창의력과 혁신을 무기로 애플을 이끌면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호령했던 잡스가 사망하면서 ‘잡스 없는 애플’의 향배에 글로벌 IT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잡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잡스 없는 애플을 ‘엔진이 빠진 기관차’에 비유하며 애플이 잡스가 이끌 때처럼 향후 IT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을 만큼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잡스는 애플 직원과 소비자들에게 ‘혁신의 아이콘’이었으며 쓰러져가던 애플을 소생시킨 ‘우상’이었기 때문이다. 잡스의 공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지난 8월 잡스가 최고경영자(CEO)에서 사임하자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잡스 없는 애플이 앞으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유례없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잡스 없는 애플의 장래가 ‘안갯속’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잡스가 CEO를 사임했을 때만 해도 잡스가 일선에 없을 뿐 경영진의 멘토로서 혁신의 비전과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었지만 잡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잡스 없는 애플호’의 앞날에 대한 각종 우려는 모두 현실이 됐다.

잡스의 사망으로 잡스 없이 애플을 이끌어가야 하는 애플의 후임 경영진은 IT업계의 총성 없는 경쟁을 이기고 업계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러나 후계자인 팀 쿡 애플 CEO에 대한 시장과 대중의 반응은 아직까지 신통찮다. 잡스 부재 시마다 회사를 관리해 온 쿡은 ‘운영의 전문가’에 가까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정확히 읽어내고 유도하기까지 했던 잡스의 통찰력과 직관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잡스 사임 후 지난 4일 처음 열린 아이폰 신제품 발표 행사는 잡스의 빈자리를 확인시켜 주는 자리였다. 잡스 없는 발표 행사는 시장과 대중의 실망으로 끝났고, 행사 직후 애플의 주가는 장중 한때 5% 이상 급락했다.

잡스가 그동안 구축한 집단지도체제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잡스의 아이들’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들을 이끌어온 잡스가 떠난 이후에도 그대로 회사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애플스토어를 성공으로 이끈 론 존슨이 최근 백화점 기업인 JC페니로 자리를 옮겼고, 맥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버트란드 설렛도 지난 3월 회사를 떠났다.

엔더리그룹의 IT전문가 로브 엔더리는 “토머스 왓슨 주니어가 사임했을 때의 IBM이나 월트디즈니가 사라진 디즈니, 빌 게이츠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위대한 지도자를 잃은 기업들은 대부분 그동안 갖고 있던 ‘마법’도 함께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애플이 팀 쿡의 리더십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지도자를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조해동·민병기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