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당’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8년 만에 첫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한국 육상의 꿈이 힘겨워졌다. 한국 대표팀의 몇 안 되는 메달 후보로 가장 기대를 모았던 ‘남자 경보의 대들보’ 김현섭(26·삼성전자)이 28일 남자 20㎞ 경보에서 6위에 머무르면서 사실상 메달의 꿈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남자 경보는 대한육상연맹이 ‘틈새 종목’으로 점찍어 집중 육성해 온 종목이다. 김현섭이 세계랭킹 7위(1시간19분31초)에 오르면서 메달권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세계 강호들과의 경쟁에서 벽을 넘지 못하고 6위(1시간21분17초)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1983년 1회 세계육상대회부터 선수를 파견했으나 한 번도 정식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1993년 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김재룡이 4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톱10’에 진입한 적도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27일과 28일 벌어진 남자 10종경기에서는 김건우(31·문경시청)가 합계 7860점으로 최종 순위 17위에 그쳤다. 2006년 5월26일 자신이 작성했던 종전 한국기록(7824점)을 36점 끌어올렸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남자 100m 한국신기록(10초23) 보유자인 김국영(20·안양시청)도 세계선수권 기준 기록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이 나서는 남자 100m 자격 예선전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됐다.

박봉고(20·구미시청)는 이날 남자 400m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기록(46초42)을 세우고도 24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여자 마라톤에서는 김성은(삼성전자)이 2시간37분05초의 시즌 개인 최고기록으로 전체 참가 선수 55명 중 28위에 오른 게 고작이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 출전한 김유석(29·대구시청)도 자신의 최고기록인 5m66에 한참 모자란 5m35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남은 경기 중에는 남자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 나서는 김덕현(26·광주시청) 정도가 꼽힌다. 김덕현마저 실패한다면 한국은 세계선수권에서 스웨덴과 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노메달 개최국’으로 남게 된다.

대구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