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대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은 자신의 기록을 단축하겠다는 과욕이 낳은 결과다. 또 세계적인 선수도 빠른 스타트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00m 경기가 0.001초 단위의 촌각을 다투기는 해도 그 중에 ‘스타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번 대회 100m 예선과 준결승에서 볼트는 9초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컨디션은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총 39∼40보 정도로 평소보다 보폭도 넓어 보였으며 뭔가 들떠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신기록이나 시즌 기록을 넘어서겠다는 욕심이 발동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성 박사는 “볼트의 강점은 스타트에 있지 않고 출발 후 ‘가속질주’에 있었다”며 “실제 2009 베를린대회 결승 때도 볼트는 출발반응 시간이 8명 중 6번째로 늦었지만 ‘가속질주’와 ‘속도 유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 우승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록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서 스타트에서 부정이 나와 결국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도 못하고 실격했다는 것이다.

오세진 한국육상 국가대표 대표코치(단거리수석)는 “볼트의 실격은 세계 일류선수도 ‘스타트 긴장감’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 부담감은 겪어본 선수들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스타트를 빨리하면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이끌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그래서 선수들은 반응속도를 높이기 위해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무거운 것을 들고 점핑을 하는 ‘동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볼트는 이날 총성이 두 번 울리자 바로 웃통을 벗어 자신의 부정출발을 인정했다. 스스로 욕심을 부려 총성보다 빠른 출발을 의도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대구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