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후보직을 중도사퇴한 경쟁자에게 2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번 사태가 ‘10·26 재·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에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진 사퇴로 보궐선거를 초래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책임론 속에 선거가 치러질까 노심초사하던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번 기회에 정당정치를 흔드는 야권 단일화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공세로 전환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곽 교육감의 사퇴를 종용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야당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던 곽 교육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곽 교육감은 교육을 책임지는 분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즉시 사퇴하고 자리를 떠나줬으면 한다”며 “조속히 깨끗하게 처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가 “야권의 소위 ‘단일화’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다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며 “정당정치의 기본을 흔드는 이른바 야권 단일화도 제거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곽 교육감은 구차한 변명으로 법의 잣대를 농락하고 진보의 위선적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을 현혹시킬 게 아니라 일관된 기준에 의해 처신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통해 초반 승기를 잡았던 선거구도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곽 교육감을 비판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국민이 선의의 행위라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곽 교육감은 진실을 고백하고 공인으로서 합당한 처신과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보복을 목적으로 하는 표적 수사가 근절될 줄 알았더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바뀌어도 그대로”라고 검찰의 ‘정치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야당 지지층의 결속을 꾀했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오 전 시장 사퇴 등이 민주당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곽 교육감 사태 등 상황을 잘못 관리하고 의욕만 넘치면 위기로 전화될 수도 있다”며 “지난 며칠간 민주당과 진보개혁 세력에게 안 좋은 소리들이 시중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경계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