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망명이나 항복보다는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처럼 자살을 선택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24일 스웨덴 엑스페레센과의 인터뷰에서 24일 “카다피가 살 날은 얼마 남지 않았으며 결국 히틀러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밝혔다.

히틀러는 2차대전 말인 1945년 4월 독일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릴 전 장관의 발언은 지난 23일 연설에서 카다피 자신이 ‘순교자로 죽겠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잘릴 전 장관은 정부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자 이에 항의하며 지난 22일 공직에서 자진사퇴했고, 현재는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체류하고 있다.

카다피의 심리상태가 매우 비정상적이라는 지적 또한 그의 극단적인 최후선택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카다피는 지난 22일 45분간의 격정적인 연설에서 광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은 ‘사이코패스(정신병자)’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잘릴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1988년 270명이 사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을 직접 지시했으며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가 이 사건의 개입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돈과 권력을 남용했으며, 스코틀랜드에 수감됐던 로커비 폭파범 압델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를 본국으로 송환한 것도 이 과정의 일환이라는 것.

그러나 잘릴 전 장관은 구체적인 증거를 직접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잘릴 전 장관의 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함께 알 메그라히의 본국 송환을 승인한 영국 정부 또한 비판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카다피는 지난 22일 연설도중 암살당할 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둘 팟타흐 유네스 전 내무장관은 카다피 측근 중 한 사람이 연설 중이던 카다피를 저격했으나 실수로 다른 사람을 맞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24일 ‘카다피 사망설’이 나돌며 국제유가가 출렁였다. 이날 원유시장에서는 ‘카다피가 총에 맞아 숨졌다’는 루머가 급속히 퍼지며 원유가격이 배럴당 2달러 이상 급락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 관리는 카다피가 숨졌다고 믿을 만한 어떤 근거도 없다고 밝히며 사망설을 부정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