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철권통치를 해온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그 일가의 은닉 재산은 얼마나 될까.

스위스 정부가 카다피와 측근들의 재산을 동결하면서 카다피 일가의 숨겨 놓은 재산 내역 및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카다피 일가가 해외에 숨긴 재산을 수십억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가 동결한 자산규모가 6억달러인 것에 비춰볼 때 카다피의 재산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카다피와 그 일가는 재산의 상당부분을 두바이 등 페르시아만 인근 국가와 동남아시아 등에 있는 비밀계좌에 입금했으며, 유럽 각지의 부동산과 기업 등에도 약 700억달러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정유회사 에니(Eni), 항공방위산업체인 핀메카니카 등을 비롯해 자동차·이동통신 기업 등의 지분을 1%에서 15%까지 갖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소유한 피어슨 그룹의 지분도 3%,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벤투스의 지분도 있다. 카다피는 2009년 4월 이탈리아 라킬라 인근에 생수 공장과 호텔을 건립하기 위해 1억6000만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다피가 이처럼 이탈리아 기업에 집중 투자한 것은 서유럽 국가들 중 이탈리아가 리비아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서로의 별장에서 휴가를 보냈을 만큼 매우 가까운 사이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지난 2006년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카다피 일가는 리비아 국민경제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카다피의 아들 8명과 딸 1명은 석유, 가스, 호텔, 미디어, 유통, 통신, 사회기반시설 산업 등에 개입하고 있으며 전체 규모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수백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남 사이프는 카다피가 쿠데타를 일으킨 1969년 9월1일에서 이름을 딴 석유회사 ‘원나인 그룹’을 소유하고 있다. 국영 방송사 두 곳도 그의 소유다. 장남 무함마드는 국영 우편통신회사를 지배한다. 리비아 축구협회장인 셋째 사디는 축구팀 몇개를 소유하고 영화 산업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리비아 서부 지역 신도시 개발 이권도 챙겼다. 변호사인 외동딸 아이샤는 에너지·건설 부문에 관여하고 있다. 다섯째 한니발은 둘째 형 사이프와 함께 석유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카다피의 아들들은 이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장남 무함마드, 셋째 사디, 넷째 무타심이 코카콜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놓고 혈투를 벌인 것이다. 해외 부동산도 상당하다. 차남 사이프는 2009년 수영장과 영화감상실, 방 8개가 있는 런던의 호화 주택을 1000만파운드에 사들였다. 런던 옥스퍼드가에 있는 1만3614㎡ 규모의 건물 ‘포트먼 하우스’도 리비아 소유로 되어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