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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 정정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는 동안 국제 곡물가가 급격히 안정세로 돌아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곡물에 쏠려 있던 글로벌 투기자금이 원유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5일 블룸버그와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국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WTI)가 전날대비 8.5% 상승한 93.57달러를 기록했다. 반대로 밀(소맥) 가격은 7.3%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주일 기준으로 봐도 WTI가 11.0% 상승하는 동안 밀 가격은 9.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밀 가격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대두(-5.1%), 옥수수(-1.6%) 등 대부분의 곡물 가격이 하락했다.

이도한 동양금융종합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투기성 자금이 에너지 상품으로 쏠리며 곡물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가 상승을 곡물가 하락이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1주일 사이 WTI가 11.0% 올랐음에도 CRB상품지수는 고작 2.4% 상승에 불과했다. CRB상품지수는 미국의 상품거래소서 거래되는 곡물, 원유 등 21개 품목의 시세를 지수화한 것이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07~2008년에도 나타난 바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7년 9월에서 2008년 2월까지 소맥(38.3%), 옥수수(55.6%) 등 곡물들의 가격은 치솟았으나, 2008년 3월부터 6월까지는 소맥(-21.2%) 등 곡물 가격이 안정을 보이는 동안 휘발유(35.2%), 난방유(33.4%) 등의 가격이 치솟았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도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투기적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