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3일 오전 당선이 확정된 뒤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신창섭기자

‘밤새 손에 땀을 쥐게 한 한 편의 대역전 드라마.’

‘6·2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서울시장 선거였다. 엎치락뒤치락, 역전에 역전, 달아나면 쫓아가는 명승부였다. 선거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한국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선거전”이라며 “어느 드라마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선거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 표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3일 오전 8시30분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2만6412여표(0.6%포인트) 차이로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게 신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개표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시시각각 바뀌는 개표상황에 눈을 떼지 못하게 한 생생한 드라마였다.

한국 헌정 역사상 최고의 선거 드라마는 2일 오후 6시 선거 종료와 함께 방송 3사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부터 시작됐다. 방송 3사는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 오 후보가 47.4%, 한 후보가 47.2%로 각각 예측돼 0.2%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를 예고했다.

개표 초반인 2일 오후 8시가 넘어서면서 오 후보는 한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앞서 나가며 접전을 예고한 방송사 출구조사와 다르게 진행되는 듯했다. 오후 8시50분 개표율 0.2%에서 오 후보가 한 후보를 1600여표(10%포인트) 이상 앞서 나갔다.

하지만 오후 10시50분 한 후보는 4700여표 차이로 오 후보를 역전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한 후보는 이후 수천표 차이로 오 후보를 따돌리며 꾸준히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오후 11시 한 후보는 오 후보에게 4000여표 차이를 유지했다. 한 후보는 3일 새벽까지 계속 수천표의 근소한 표차로 앞서 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한 후보의 편인 듯했다. 오전 3시20분 도봉구에서 두 후보의 표차이는 1표에 불과할 정도로 접전을 벌였다. 오전 3시30분 두 후보 간 표차이는 4000여표. 지지율로 따지면 0.1%포인트 차이였다. 오전 3시45분 오 후보가 1500여표 차이로 따라붙었다. 3시55분 2700여표 차이로 벌어진 두 후보 간 표차이는 오전 4시 7000여표 차이까지 벌어졌다.

한 후보 측의 황이수 토론팀장은 당시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2일 오후에 젊은층이 집중적으로 투표를 해 한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 후보가 2%포인트 내외로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예측했다. 오 후보측의 이종현 공보특보는 “상황이 매우 좋지 않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오 후보 지지층이 많은 강남권의 개표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신은 끝까지 한 후보에게 미소를 보내지 않았다. 한 후보가 오 후보와의 표차를 벌리는 듯했으나 한나라당의 표밭인 강남지역 개표가 빨라지면서 오전 4시10분 오 후보가 7시간여만에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오 후보가 350여표를 앞서 나갔다. 오 후보는 1200여표로 표차를 벌렸으나 오전 4시25분 두 후보의 표 차이는 51표로 다시 접근해 한 후보가 재역전할 조짐을 보였다. 5분 뒤 7000여표 차이로 벌리는 데 성공한 오 후보는 이후 표 차이를 좁혔다 넓혔다 하면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오전 5시55분 오 후보는 처음으로 한 후보와의 표차이를 1만7000여표 벌렸다. 오전 6시가 넘으면서 오 후보는 한 후보와의 표 차이를 2만표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후 오 후보는 격차를 벌리기 위해 달아났고 한 후보는 그 차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꾸준히 쫓아갔다. 이후 오 후보는 자신의 승리로 결론이 난 오전 8시30분까지 2만5000~2만8000여표 차이를 계속 유지하면서 2만6412표(0.6%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0.6% 포인트라는 근소한 표 차이가 난 것은 처음이며 이렇게 다이내믹한 선거도 처음”이라며 “국민들의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하고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선거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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