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 상반기에 일본 도쿄(東京) 타마동물원으로 가게 되는 천연기념물 수달.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대공원에서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수달 한 쌍이 ‘수달 멸종 국가’인 일본 내 종 보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올 상반기 중 일본 동물원으로 건너간다.

28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등 자연유산 관련 사항을 조사·심의하는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는 지난 22일 회의를 열고 “수달 1쌍을 일본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며 대공원에서 제출한 신청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암컷 수달 1마리와 수컷 수달 1마리가 서울대공원과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동물상호기증 협약’을 맺은 일본 도쿄(東京) 타마동물원으로 가게 됐다.

수컷 수달은 2018년 7월, 암컷 수달은 2023년 6월에 태어나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자라왔다. 앞서 서울대공원은 타마동물원과 수달·레서판다를 서로 기증하기로 하고, 2023년 11월 레서판다 암·수 1쌍을 국내로 데려왔다. 대공원은 이듬해 1월 한국의 수달을 일본 동물원에 기증해 일본 내 수달 혈통 갱신에 기여하고, 한국 수달 보전 노력을 알리기 위해 수달 수출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가유산청 심의 과정에서 부결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 산하 천연기념물 분과(자연유산위원회의 전신)는 ‘한국 최초의 천연기념물 수출 사례’가 된다는 점을 들어 관리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서울대공원은 수달을 보내기 위한 계획을 보완했다. 대공원은 수달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전 혈액을 채취해 보관하고, DNA 분석 자료를 남겨 일본에서 번식되는 수달 개체와 혈통학적 비교 분석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수달은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로 유럽·아프리카·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 머리는 납작하고 둥근 형태를 띠며 주로 하천이나 호숫가에서 산다.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위험에 처하면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눈과 귀가 잘 발달해있다. 일본에서는 2012년 멸종된 것으로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희귀종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법률에 따라 천연기념물은 원칙적으로 수출하거나 반출할 수 없지만, ‘특정한 시설에서 연구 또는 관람 목적으로 증식된’ 천연기념물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아 수출할 수 있다. 동물원에서 번식한 종은 이에 해당한다.

박진순 서울대공원장은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이번 교류를 통해 명실상부한 멸종위기종 보전 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세계멸종위기종 교류를 통한 종보전 활동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