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승리였습니다. 장수들을 모두 잃어버린 대표 장수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앞으로 좀 더 들으려는 자세로 시민 여러분의 뜻을 정책과 비전에 반영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밤을 새운 한나라당의 오세훈(49) 당선자는 3일 사실상 패배했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의 승리를 받아들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의 충격적인 패배 때문인지 당선 소감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특히 서울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한나라당이 4곳밖에 당선하지 못한 점을 염두에 둔 듯 그는 “모든 허물은 저에게 있으며, 따라서 제가 책임을 지겠다”며 “민선 5기 서울 시정이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가 낙선한 것에 대해 시장 후보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서울시를 여소야대로 만들어 준 유권자의 엄중한 뜻도 받아들여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이어 “선거 유세기간 동안 현장에서 주셨던 시민 여러분의 소중한 충고, 고견들을 시정에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시민들 특히, 저를 지지하지 않은 많은 분들의 뜻도 깊게 헤아려 균형 잡힌 시정이 이뤄지도록 항상 유념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그는 “당원 동지들과 함께 보다 깨끗하고, 보다 따뜻하고, 보다 개혁적인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하겠다”며 “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비전의 정치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오 당선자는 이어 “시민이 행복한 서울, 세계가 사랑하는 서울을 위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당선자는 이날 시장 업무에 복귀해 오전 10시30분부터 한강공원과 대형 공사장 등 태풍이나 홍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한 점검 등 올 여름 수해방재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한평수기자 ps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