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패배함에 따라 심각한 선거 후폭풍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간 선거패배의 책임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록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까스로 신승하긴 했지만 완패한 서울구청장 선거와 맞물려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시장·도지사 16개 중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 경상도 4곳(부산, 대구, 울산, 경북) 등 6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텃밭인 경남과 보수성향인 강원에서도 도지사 선거에 패배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이 초유의 참담한 패배를 삭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대표와 정병국 사무총장 등 범친이계 지도부는 3일 사퇴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당분간 서열 2위인 김무성 원내대표 중심으로 당무를 꾸려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무총장을 지낸 인사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 6월30일(또는 7월1일)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면모일신에 주력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6·30 전대’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가 ‘7·28 재·보궐선거’에서도 패배할 경우에 대비, 아예 전대를 재·보궐 선거 이후인 8월 중·후반쯤으로 연기하자는 주장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와 대화합을 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꾸릴 만한 인적자원도 바닥난 상태다. 전대의 연기는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한 뒤 전대를 통해 당 지도부에 복귀할 길을 터준다는 측면에서 친박들이 호락호락 응해줄지도 미지수다.

우선 한나라당은 여권주류의 집권후반기 정국구상에 연동된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단 인선과 전대에서의 당 지도부 선출 등에 맞물려 친이계 내부 및 친박계간 대대적인 권력투쟁으로 휩쓸려갈 수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로 여권 전체가 받은 타격이 너무 크고,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모두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패배한 만큼 친이주류가 친박들과 대화합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전 대표를 배제한 형태로 정국을 끌고가는 방식은 일상적으로 불안한 구도라는 게 선거패배의 교훈이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 한 핵심당직자는 3일 “친박들과 극심한 대결구도로 갈지, 대타협으로 갈지는 청와대의 선택에 달렸다”며 “이 상태론 세종시 수정추진이나 개헌추진도 쉽지 않은 만큼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계 상당수는 ‘선거를 좌시’한 박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상당해 친이·친박간 화합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