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혁신도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75개 공공기관이 이전할 예정이었던 지방에선 정부의 재검토 방침이 전해지면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고, 지역언론까지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서면서 ‘지역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2조4266억원의 국고를 풀면서 혁신도시 정책을 ‘대못질’했던 노무현 정부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을 전면 수정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대안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기업 이전대상인 10개 혁신도시의 지역특색에 맞도록 부지이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첨단 공업단지와 신도시 조성, 교육기관 유치같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민영화대상 공기업의 경우 혁신도시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서 본사 소재지를 2012년까지 특정지역으로 이전하도록 강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공기업 이전 대상인 혁신도시 해당지역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노창 전남도 공동혁신도시 건설지원단장은 15일 “혁신도시 부지의 묘지 이장도 완료되는 등 보상작업이 거의 끝났다”며 “사업이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지방신문들은 이명박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방침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영남일보는 1면 톱 기사로 ‘지방혁신도시 전면 손질 현실화, 노무현이 그립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전북일보도 ‘혁신도시 흔들기 안돼’라는 기사를 1면에 올렸다. 한편 통합민주당은 “혁신도시 정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혁신도시를 축소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 갈등으로 이어지고있다.

허재완(도시·지역계획학과)중앙대 교수는 “구조조정, 통폐합으로 이전하기 힘든 공공기관이 나오는만큼 혁신도시에서 공공기관이 주기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며 “앞으로 구 정권 정책과 신 정권 정책을 모두 담는 공간적 단위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미에서 산업 기관과 문화 기관을 주된 콘텐츠로 채우고 공공기관을 보조적 의미로 담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교·정동근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