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175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혁신도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구체적인 대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첨단공업 복합도시 조성, 새로운 개념의 지역 거점 신도시 조성, 대학교육기관유치, 산업단지 활용방안 등을 제기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해양관련기관처럼 지방에 있는 것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바람직한 기관은 지방이전을 그대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후유증을 최소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5+2 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동남권+ 강원도와 제주도 특별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혁신도시 정책을 재편할 계획이다.

◆ 민영화 대상 공기업은 현실적 불가능 = 현재 민영화 및 통·폐합 대상 공기업은 혁신도시 정책에 따른 지방이전 계획이 우선적으로 철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20여개 공기업이 거론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토공과 주공의 경우 수도권 주택문제 해결이 핵심사업인 만큼 사실상 지방이전이 ‘어불성설’이었다는 견해를 펼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에 따라 토공은 전북, 주공은 경남으로 이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은 통폐합 논의가 나오고 있는 만큼 사실상 지방이전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환용 경원대 교수는 “급격한 혁신도시 개발은 기존 도시의 공동화와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몇몇 혁신도시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발상의 전환을 통한 특단의 대책 필요 = 정부는 공기업 지방이전이 무산될 경우 해당지역의 반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혁신도시개선방안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발전을 모색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국토해양부는 조만간 지역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기업 몇 개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방식보다 훨씬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정책을 수립해 비수도권 민심을 어루만질 작정이다. 하지만 한번 잘못 꿰어진 단추로 인해 제2, 제3의 잘못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창무(도시공학과) 한양대 교수는 “애초부터 공공기관을 한꺼번에 이전시키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이었다”며 “자연스러운 지역 발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기존 중소도시와 혁신도시의 집적도를 최상으로 달성하는 연계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는 혁신도시를 이명박 대통령의 5+2광역 경제권 활성화 방안과 결합시켜 공공기관이 아닌 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역별 특화산업을 집중 유치해 생산시설을 갖춘 복합도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불거지는 노무현 정부 ‘대못질’ 책임론 = 일각에서는 공기업 민영화 일정,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혁신도시 정책을 밀어붙인 노무현 정부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방식대로 혁신도시를 추진하면 경제적 효과도 없이 국가적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며 “부지를 구입한 상황이라 혁신도시 정책을 전면 백지화할순 없지만 사업 타당성은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권교체 이후 바로 재검토에 들어갈 정책을 돈을 풀면서 ‘대못질’하듯 밀어붙인 노무현 정부의 정책추진에 관여했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고위인사들에 대한 감사도 고려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통폐합으로 이전하기 힘든 공공기관이 나오는 만큼 혁신도시에서는 공공기관이 주기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라면서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모두 담는 공간적 단위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미에서 산업 기관과 문화기관을 주된 콘텐츠로 채우고 공공기관을 보조적 의미로 담는 형태로 혁신도시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교·정동근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