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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연기 트라우마도 극복
공개 하루새 팔로어 15만 ↑
배우 인생에 새로운 변곡점”

“월드스타 양동근, 이 자리에서만큼은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감독 황동혁·오겜2)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겸 래퍼 양동근은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평소 과묵하고 진중한 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무게,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딘 끝에 얻은 뜨거운 호응에 대한 만족감인 셈이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양동근은 “공개 전부터 ‘해외 진출’이라는 말이 나오길래 ‘거품이야’ ‘다 지나간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눈 뜨고 일어났더니 SNS 팔로어 15만 명이 늘었더라”면서 “아랍어, 스페인어 등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된 댓글들을 보며 이 콘텐츠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오겜2’에서 엄마와 함께 게임에 참가하게 된 용식 역을 맡았다. 빚을 갚기 위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용식, 그런 용식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게임에 뛰어든 엄마 금자(강애심 분), 그리고 서로를 살리려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오겜2’ 공개 후 ‘K-모자’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뷰 내내 강애심을 “엄마”라고 칭한 양동근은 “원래 용식은 시니컬하고 화가 나 있는 모습이었는데, 강애심 선배님이 그리는 귀여운 엄마에 맞춰 지금의 용식이 탄생했다. 현장에서도 진짜 아들처럼 챙겨주셨고, 촬영 내내 엄마의 존재가 컸다”면서 “SNS에는 ‘엄마 어디 있니?’ ‘엄마를 잘 지켜라’는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오징어 게임2’의 용식(오른쪽)과 금자.

‘오겜2’는 양동근의 긴 연기 생활에서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됐다. 그는 8세에 아역으로 데뷔 후 드라마 ‘서울 뚝배기’·‘형’의 성공으로 단박에 스타가 됐다. ‘네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 역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고, 화려한 조명 아래서는 ‘골목길’을 부르는 래퍼 YDG로 변신했다. 그러나 30대에 아빠가 되며 완전히 바뀌었다. 한동안 ‘아빠’라는 정체성에 빠져 살았는데 ‘오겜2’는 배우로서 그를 다시 흔들어 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는 “배우가 되기 위해 20년 동안 몸부림쳤는데, 아빠가 된 후에는 ‘가정’이 먼저였다. 배우라는 가치관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삶을 살아왔다”면서 “아역 때부터 배웠던 ‘먼저 인간이 되어라’라는 말을 항상 되새겼고, 인간으로서 좋은 삶을 살면 좋은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 그 기회가 바로 이 작품인 것 같다”고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정작 양동근은 ‘오겜2’ 출연을 고사하려고 했다. 아역 시절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용식이 우는 장면이 가시처럼 걸렸던 탓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자 그에게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어릴 때부터 우는 연기를 참 많이 했어요. 저는 잘 울지 못해 트라우마가 있죠. ‘오겜2’ 대본을 보니까 그 장면이 있더군요. 촬영 전날에는 몸살을 앓을 정도로 힘든 장면이었어요. 그걸 10분 이상 찍었어요. 황 감독님의 디테일한 연출 덕분에 걱정했던 것보다 잘한 것 같습니다. ‘와 이래서 (황 감독이) 천재구나’라고 느꼈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