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혁신도시 건설에 대해 ‘용도 변경’ 등을 대안으로 대대적인 수술작업에 들어갔다. 공공기관 이전을 중심으로 한 혁신도시 건설은 고비용에 비해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너무 미약하다는 판단에서다. 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매입한 부지에 대해서는 임대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별 특화산업을 집중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특히 청와대는 현재 지방이전이 예정된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통폐합 및 민영화 대상 공기업 20여개에 대해서는 지방이전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6일 “현행 방식대로 혁신도시를 추진하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도움도 주지 못하고 국가적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며 “토지 보상비로 2조원이 쓰인 상황이지만 혁신도시의 총 사업비용이 43조원임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국고가 낭비되기 전에 멈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공공기관 이전이 아니라 산업단지 조성 등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업을 재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매입한 부지는 다른 용도로 쓰일 것이고 지역 주민들한테는 전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사업이었다”며 “예산에 비해 성과가 나오기 힘든 사업으로 지역별 입지와 타당성을 분석한 후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의 ‘혁신도시프로그램’을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은 15일 발표된 혁신도시가 생겨도 인구분산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국토해양부의 보고서와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가치를 부풀렸다는 감사원의 지적 등으로 힘을 얻고 있다.

새 정부가 이처럼 노무현 정부의 주요정책에 칼을 들이대자 일각에서는 “총선이 끝나자 노무현 정부의 핵심사업들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혁신도시와 연결되어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기업도시를 포함해 수백조원이 예상되는 자주국방사업까지 노 정부 시절 예산낭비 논란이 있었던 사업들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