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대처와 관련, “아직도 일선에서는 변화에 대한 기미가 확실치 않은 것같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어린이 유괴사건으로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데, 일산에서 있었던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은 폐쇄회로(CC)TV에도 나타났듯이 아주 잔인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는 장면이 아주 생생히 CCTV에 찍혔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매우 미온적으로 처리한 것을 보고 국민들이 많이 분개했을 것”이라고 경찰을 질타했다. 그는 “국가가 해야 할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고 그 다음이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미수에 그친 많은 사건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이때에 일선 경찰이 아직도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사안일하고 관료적이고 군림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며 “국민의 의식수준이 우리(공직자)보다 앞서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을 섬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직자들이 실질적으로 그러지 못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책했다. 일산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납치 미수 신고를 접수하고도 단순 폭행사건으로 상부에 보고하며 목격자 조사를 미루고 사흘 동안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화면도 확보하지 않는 등 수사에 허점을 드러내 시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에도 거듭된 기상 예측 오보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기상청을 꼬집은 바 있다. 그는 이날 국가보훈처 업무보고가 시작되기 전 관계자들과 차를 마시던 중 “오늘 일기예보 틀렸네”라고 말했다. 당초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날은 밤늦게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이날 새벽부터 비가 왔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오보를 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뭐든 빠르면 좋은 줄 알고…”라며 기상청에 대해 뼈 있는 지적을 했다. 앞서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에서도 공직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다. 그는 보건복지가족부가 해양수산부 건물로 이전하면서 사무실 집기를 방치한 것과 관련, “앞 부서의 가구를 방치하는 것도 전통적 관료주의 발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굉장히 실망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매우 중요한 대목인데, 복지부 직원들의 생각이 그런 것에 있다”며 “실용주의 정책에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느냐”고 질책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