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김종창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인사제도와 조직 개편을 예고한 데 이어 정부가 직접 금감원의 예산 감축과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감독기구의 체질 변화를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함께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 인력의 25% 이상을 외부 전문 인력으로 채우고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규제 기관들의 예산을 10% 이상 절감하겠다고 했다.

현재 금감원 임직원은 모두 1700여명. 이중 약 14%인 230여명이 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 인력들이다.

문제는 금융위의 방안대로 외부 전문인력을 25%까지 늘리게 되면 기존 직원들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금융위 방안이 현실화되면 200명 가까운 내부 인력이 물갈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전문인력을 25%이상으로 충원할 경우 감축대상은 국장이나 부국장, 수석과 선임조사·검사역 등 입사 10년 이상 중견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일단 공직자의 퇴직 후 민간 회사 취업을 제한하는 관련 규정을 완화, 구조조정 대상 직원이 금융회사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금감원의 예산을 줄여 분담금을 갹출하는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공언했다. 금감원에 민간기업과 같은 경영 효율화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복안은 이미 정부와 금감원 상층부에선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종창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8일 취임사에서 전임 원장들과 달리 금융감독 시스템과 관행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연공서열이나 권역 중심의 인사를 철저하게 능력과 성과위주로 바꾸겠다”고 말해 임직원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물론 금감원 직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깰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일각에서는 감독기구 개편 방안을 둘러싸고 자신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금융위가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