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초등생 폭행·납치 미수 사건은 50대 남자가 강양을 뒤쫓아 간 것을 수상하게 생각한 여대생이 눈치 빠른 기지로 아파트 3층까지 달려 올라가 강양을 구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인 초등학생 강모(10)양을 구출한 1층에 사는 이웃 주민 여대생 장모(18)씨에 따르면 장씨는 사건 당일인 26일 오후 3시44분쯤 집 안 청소를 마무리한 후 평소처럼 학원 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순간 베란다 창문 밖으로 50대로 보이는 낯선 남자가 초등학생 뒤를 바짝 붙어 뒤따라가는 것을 보고 수상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지 1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아파트 복도 쪽에서 “살려주세요”라는 여자 어린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장씨는 위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아이의 비명소리가 이상해 소리가 나는 3층으로 서둘러 올라갔다”고 말했다. 장씨가 3층에 도착하자 범인은 4층으로 도주했고 강양은 입술이 터져 피를 흘리며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울고 있었다.

“잡으러 쫓아갈까”라는 생각을 했으나 “아저씨가 큰 흉기를 들고 있다”는 강양의 얘기를 듣고 얼른 아이를 구출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강양을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왔다. 장씨가 강양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현관문 앞에 서 있을 때, 그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장씨는 “우리들 앞으로 지나가는데 아찔했다”며 “하지만 그 사람은 당황한 기색 없이 성큼성큼 아파트 밖으로 걸어갔다. 범인과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눈빛이 초점을 잃은 것처럼 흐릿했지만 행동 자체는 대담했다”고 기억했다. 장씨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온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일들이 일어난 시간은 2분여에 불과했다.

강양은 장씨 집에 머물다 잠시 후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찾아온 어머니의 품에 다시 안길 수 있었다.

고양 = 오명근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