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대낮에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 범인을 하루빨리 잡아주세요.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 피해자 부모들은 31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안양초등학생 실종 사건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아버지 강모(43)씨는 “이 사건은 단순 폭행이 아니라 분명 성범죄를 노린 납치 범죄로, 차분하게 행동한 것으로 보아 범인은 정신이상자가 아닐 수 있다”며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범인이 또다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납치를 시도하고 어느 부모는 협박 전화에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화동 성저마을 4단지에 사는 그는 이어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납치 미수라도 철이 없고 순진한 아이가 흉악한 범죄를 당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까봐 가슴이 메어진다.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어머니 신모(40)씨도 “집에 가족이 있는데 눈앞에서 철없는 아이를 납치하려는 사건이 발생해 기가 막히다”며 “갑자기 예슬이를 납치 살해한 안양 사건이 떠올라 끔찍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1층에 사는 대학생 장양이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내 딸은 벌써 납치돼 실종됐을 것”이라면서 “범인이 어딘가에서 우리 아이를 노리고 있을까 생각하니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신씨는 폐쇄회로(CC)TV 화면의 범행장면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는데 얼굴이 심하게 부어 넋이 나간 채 문을 여는 아이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며 “경찰과 함께 CCTV를 확인하는 순간 무섭기도 하고 너무 화가 나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출동한 경찰이 지문감식을 하는 등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노력해 고마웠다”면서 “그러나 단순 폭행 사건으로 보고되고 수사본부가 뒤늦게 설치됐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특히 여대생 장양이 잘 대처해 딸을 구해준 데 대해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경찰이 빨리 범인을 검거해 어린이와 엄마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면서 “아들딸을 가진 엄마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항상 신경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고양 = 오명근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