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여·35)씨 비호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12일 대우건설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신씨의 기획전시를 후원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문화일보 9월11일 1면참조)을 포착, 직권남용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르면 주말쯤 신씨에 대한 후원에 나선 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해 변 전 실장으로부터 후원 관련 요청이나 압력을 받았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구본민 차장 검사는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직권 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기업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변 전 실장의 자택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와 관련, “이미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개인 사생활인데다 신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할 때 변 전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며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씨의 e메일 확보 등으로 변 전 실장의 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변 전 실장의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 10일 조사를 마친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으로부터 “변 전 실장이 신씨를 소개해 교수 채용에 나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따라서 동국대 채용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 대학의 교원 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 방해)로 변 전 실장의 사법처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호화생활을 해온 신씨의 경제적 후원자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짜리 호화 오피스텔에서 거주했으며, BMW 외제 승용차를 사용했다. 특히 신씨는 국내 최고급 헬스클럽으로 알려진 C호텔 피트니스센터 평생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호텔 피트니스클럽은 가입비로 2500만원(부가세별도)을 내야 하며, 연회비는 200만원이다. 회원권거래소에서는 현재 3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신씨는 지난 2006년 9월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다른사람으로부터 회원권을 양도받아 회원으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국대와 성곡미술관에서 받는 수입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이같은 고가 회원권 구입은 어려운 만큼 신씨에게 회원권을 넘겨줬거나 회원권 구입 자금을 대준 사람이 신씨의 경제적 후원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 전 실장도 고위 공무원으로 상당한 수입이 있지만 한달에 560만원 이상의 호텔형 장기체류 숙박시설에 오랫동안 머문 것에 대해 변 전 실장에게도 경제적 후원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