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 학력위조 사실 공개 이후에도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신씨의 미국 도피를 도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학력위조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7월12일 유럽에서 몰래 귀국했던 신씨가 16일 미국으로 도피할 때까지 변 전 실장과 접촉, 두 사람의 관계를 은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신씨는 한국에 체류했던 5일 동안 성곡미술관과 자택 컴퓨터에 보관돼 있던 e메일을 삭제했다. 변 전 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담긴 증거를 없앤 것이다. 검찰이 복구한 일부 e메일 중에는 성적인 표현을 포함, 이들의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내용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신씨와 함께 e메일 삭제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신씨의 미국 도피에도 변 전 실장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던 신씨가 몰래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던 것과 신용불량자임에도 불구하고 100만원이 넘는 비행기표를 신용카드로 결제한 점 등이 의혹의 대상이다. 신씨는 뉴욕행 티켓을 1년짜리 오픈티켓으로 끊었던 것으로 밝혀져 출국 전부터 장기 해외 도피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의 주인이 변 전 실장으로 드러나거나 신씨의 미국 도피를 도운 직접적 정황이 밝혀질 경우 범인 도피 혐의가 추가된다.

신씨의 뉴욕 생활도 의문 투성이다. 뉴욕 한국인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맨해튼 고급 식당에서 신씨를 봤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미국에서도 호화생활이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다. 무엇보다 미국 생활 동안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씨를 후원하는 가장 유력한 배후 인물로 변 전 실장이 지목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사건이 터진 후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의 늑장대응에도 변 전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있다. 동국대는 7월11일 신씨의 박사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무려 12일이 지난 23일에야 신씨를 사문서 위조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광주비엔날레도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씨의 가짜 학위를 확인했고 예술감독 선임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검찰에 고소한 것은 18일이었다. 양측 고소 모두 신씨가 출국한 16일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출국금지 등 미국 도피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변 전 실장이 외압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