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여·35)씨가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 외에 다른 후원자가 있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향후 신씨의 e메일 복구 과정에서 드러날 또다른 배후인물, 이른바 ‘신정아 e메일 리스트’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씨가 평소 지인들과 주로 e메일 통해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신씨의 e메일이 복구될 경우 신씨의 각종 활동을 지원하고 파산 상태에서 호화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인물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신씨가 지난 9일 국내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변 전 정책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면 난 수도 없이 많다”고 말한 것은 변 전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신씨의 이같은 발언은 변 전 실장보다 더 실세인 인물이 배후에 있거나 혹은 그런 인물들과 교류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나아가 신씨가 “성곡미술관 옆에 한정식 집 많지 않나. (고위직들이) 거기서 밥 먹고 미술관에 많이 들렀다”고 말한 대목은 신씨에게 제2, 제3의 변 전 실장이 있거나 그런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열려있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변 전 실장이 당과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배후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대검에서 신씨의 e메일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만큼 신씨가 e메일을 주고받은 또 다른 인사들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 서부지검 구본민 차장검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e메일을 주고받은 사람 중에 (변 실장 외) 다른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확인이 안 됐다”고 밝혀 추가 수사 중임을 시사했다. 현재 신씨의 e메일 가운데 받은 e메일 100여통은 복구됐지만 앞으로 수백통의 메일이 더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신씨 배후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변 전 실장의 컴퓨터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아 변 전 실장이 신씨 사건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밝히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부지검은 최근 변 전 실장의 청와대 집무실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개인 사생활 보호와 신씨의 컴퓨터 압수수색 중’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때문에 변 전 실장이 신씨의 전시회에 대한 대기업 후원유치와 동국대 교수임용, 광주 비엔날레 공동감독 선임 등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변 전 실장이 또다른 제3의 인물을 통해 신씨의 뒤를 돌봐왔는지 등을 밝혀내기 위한 검찰의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