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신의 지위와 다양한 인맥을 총동원해 신씨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동국대 교수 임용은 물론 미술관 행사 후원금 유치에서 국가재정지원 리베이트 보장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든든한 배후 역할을 충실히 해온 셈이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일부 사찰 주지 등이 신씨에게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차관 재직 당시 문화재보존 등의 명목으로 국가 예산을 해당 사찰에 지원하도록 관련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일부 사례비를 신씨 계좌로 입금하도록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불교 신자모임 ‘청불회’ 회장을 맡았던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재직시절부터 불교계와 두터운 친분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가 지난 200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프로젝트 지원금으로 1200만원을 받은 경위와 성곡미술관이 인턴십 명목으로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은 정황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예산 배정 시점이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임명된 직후인 점을 감안, 변 전 실장이 관련 부처에 압력을 넣는 등 직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변 전 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은 11일 검찰 조사에서 2005년 신임 교수 임용 당시 변 전 실장이 예일대 후배인데 능력있는 큐레이터라며 신씨를 추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되도록 몰아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의 경우, 1992~1993년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예산총괄실장이던 변 전 실장과 함께 근무했다.

검찰은 지난 2002년 이후 신씨가 성곡미술관에서 근무하며 기업 등으로 부터 후원금을 확보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정부 관리를 받고 있던 대우건설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각각 7건, 3건을 지원해 전체 후원 내역의 절반에 육박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대우건설 사장 박세흠씨와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기동창들로 변 전 실장이 이들을 통해 신씨의 전시회를 후원하도록 압력이나 청탁을 넣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관건이다. 이들 업체는 후원 과정이 통상적인 메세나 활동 차원이었다고 해명하며 변 전 실장의 청탁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