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자들의 취재원 접근을 제한하는 대신 브리핑 내실화를 꾀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국의 부실한 브리핑 관행은 여전해 보인다. 이는 내외신기자들의 관심 속에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 브리핑에서도 입증됐다.

30일 오후 6시쯤 김남식 통일부 대변인이 내외신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오후 2시30분부터 30분간 진행된 남북 수석대표 접촉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변인은 “(대표 접촉에서) 쌍방의 기조발언에 대한 보충·부연 설명이 있었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해 협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히고, 이날 오후 일정을 짤막하게 소개했다. 하지만 뒤 이은 기자들의 일문일답에서 ‘북측이 쌀 차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쌀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지만, 북측이 ‘합의된 약속은 약속대로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답해 사실상 시인했다. 북측이 쌀 차관 제공 문제를 우회적으로나마 언급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회담은 정부가 2·13 합의 이행 지연에 따라 쌀 차관 40만t 제공을 당초 예정했던 5월 말 이후로 사실상 유보한다는 입장을 정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북측이 이를 공식 거론할지가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조간 신문의 초판 마감 시한이 오후 4~5시인 것을 감안할 때 정부가 중요 사안에 대한 브리핑을 3시간이나 늦게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수석대표 접촉 직후 참관행사가 있었고, 중앙일보에 대한 통일부의 취재 편의 제공 철회 방침에 대한 방송사 인터뷰 요청을 수용하느라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