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과 기자의 정부부처 사무실 출입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시스템’을 청와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방지와 친노(親盧)세력의 영역확대 전략으로 분석한 문건이 열린우리당 공식 회의에 제출됐다.

그러나 당은 이같은 문건이 참고용으로 올라왔을 뿐 공식토의되지는 않았다고 열린우리당은 밝혔다.

30일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배포된 ‘기자실 통폐합에 관한 의견’ 문건은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해 “청와대가 새로운 대결소재로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문건의 ‘정무 입장’ 부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예상 밖의 호응을 얻어 정국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자 미련 없이 개헌안을 포기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원칙도 때에 따라 이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내용과 “특히 언론과의 대립을 한나라,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의 확전으로 몰고 갈 경우 레임덕을 방지하고 친노세력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적혀 있다.

문건은 또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언론관계법 수정 등 한나라당과 조중동에 빌미를 제공했다”며 “한 가지 일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다음 사안을 진행해야 반발을 최소화하며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데, 원칙이라는 이유만으로 강행한 것은 청와대의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문건의 ‘정책 입장’ 부분은 기자실 통폐합 유보와 점진적인 취재시스템 변화유도를 제안하고, “(취재지원 선진화 시스템은)원칙은 옳으나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여론수렴이나 적절한 조치(전자브리핑제 사전실시, 정보공개법 사전입법) 후에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건에는 “이번 안은 오히려 언론사 간 양극화를 부를 것으로전망된다”며 “동아, 조선은 이미 오피스텔을 마련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최재성 대변인은 “당직자 한 명이 올린 모양이다. 회의에 보고할 만한 수준의 문건이 아니어서 해당 문건은 토의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최 대변인은 “기자실 통폐합은 대통령의 일관된 언론관에 따라 나온 것이지, 무슨 정국주도 유지를 꾀하는 것이냐. 오히려 주도권을 갉아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