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취재 지원을 하는 곳인 미국의 프레스룸을 한국의 기자실처럼 오역해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프레스룸이 현재 국내 기자실과 다를 바 없는데도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견강부회의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처장은 30일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미국의 프레스룸을 마치 기자실인 것처럼 오역해 미 정부기관에 전부 기자실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프레스룸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기자들을 지원하는 공직자들이 머물거나 자리를 배치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프레스룸은 사실상 한국 기자실과 마찬가지로 기자들이 상주하고 기사를 쓰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 주요 부처는 브리핑룸 외에 프레스룸을 두고 있다. 한림대 유재천 교수는 “현재 확장공사 중인 미 백악관 프레스룸은 우리의 기자실과 똑같이 활용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현재 한국의 브리핑룸, 기사송고실 제도는 미국의 그것을 따다가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이날 “국정홍보처 기능을 하는 정부기구나 위원회를 두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국정홍보처와 같이 ‘정권 홍보’에 주력하는 기구를 두고 있는 곳은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거나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한 일부 국가들에 국한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각 부처에서 주요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

유 교수는 “국정홍보처는 국민들에게 국가의 시책을 알려 동의를 구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홍보처가 지금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또 지나치게 비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