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의식 ‘로키’ 협상 가능성
민주 주도권 쥐며 정쟁 불가피

조기 대통령 선거가 현실화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연금개혁 논의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국민의힘이 여당에서 제2당으로 전락하면서, 기존 추경과 연금개혁을 논의한 여야정 국정협의회도 사라졌다. 민생 현안을 놓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국회가 정쟁에 빠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이 예산 규모가 아니면 안 된다’ ‘이 예산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정부 압박은 신속 추경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초당적으로 추경 논의를 이어가자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정부가 준비하는 10조 원 규모 필수 추경 계획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대 뜻을 분명하게 밝힌 상황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정당정책협의회’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국무총리 훈령인 ‘당·정협의업무 운영규정’을 보면 여당이 없을 경우 행정부와 각 정당이 정당정책협의회를 두고 현안을 논의하도록 돼 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전 여당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추경 논의에 주도권을 가져가려 했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하루 전인 지난 3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정부 측에 3조 원 규모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예비비 추가 추경을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가 국민의힘이 요청한 사항을 추경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민주당의 반발을 살 게 불 보듯 뻔해진 상황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요구한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정부가 당장 반영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민연금 구조개혁 논의도 조기 대선 국면에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8일 22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지만, 자동조정장치 등 핵심 안건을 놓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이견을 좁힐 가능성은 낮다. 연금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지층 표심을 잃을 수 있어 ‘로키’로 협상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선·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