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내 금융시장도 휘청 미국 증시 급락에 따라 11일 코스피도 전장대비 53.7포인트(2.09%) 내린 2516.69에 개장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심각한 얼굴로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 뉴욕 증시 ‘블랙 먼데이’

7개 기술주 시총 1100조원 증발
비관적 경제전망 확산에 패닉셀

JP모건 “미, 극단정책 탓 침체 우려”
올해 침체확률 30%→40% 상향 조정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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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오는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등 관세 전쟁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R(경기침체)의 공포’가 미 금융시장을 뒤덮었다. 미 증시 호황을 이끌었던 7개 대형 기술주(매그니피센트7)의 시가 총액이 하루 새 1100조 원 넘게 증발하는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10일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극단적 정책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나스닥 지수가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2∼4% 급락했는데 대형기술주(빅테크)의 낙폭은 더 컸다. 좌충우돌 중인 일론 머스크 CEO의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테슬라가 무려 15.43% 폭락한 222.15달러에 종료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23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대통령 선거 전으로 주가가 돌아간 셈이다.

엔비디아(-5.07%), 애플(-4.85%), 알파벳(-4.49%), 메타(-4.42%) 등은 모두 4% 이상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106.98달러에 마감했는데, 종가 기준 엔비디아 주가가 11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해 9월 10일(108.08달러) 이후 6개월 만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주가는 각각 3.34%와 2.36% 내리며 그나마 선방했지만 시총은 각각 970억 달러와 780억 달러가 감소했다. 이날 매그니피센트7의 시총은 1위 애플이 1740억 달러 줄어드는 등 모두 합쳐 7740억 달러(1129조 원)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자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속속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미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중요한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훨씬 더 나쁜 지표에 직면하더라도 기존 정책에 계속 집착할 경우 침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은 채 “과도기(transition)에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큰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르네상스 매크로리서치의 닐 투타 경제리서치 수석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풋(Trump Put)’의 행사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가 더 크게 하락하는 등 경제 충격이 더 커야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꾸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취지다. 키웰스의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그 자체보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성격이 시장에 많은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