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권호영 기자

■ 서정훈의 월가토크

AI칩은 기술적 우위 바탕으로
소비자에 관세 부담 전가 가능
메타·MS·알파벳 관세 미적용

관세전쟁 단기엔 끝나지 않아
美 정부도 증시 변동성엔 부담
현재까지는 非미국 증시 우위

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미국 증시는 과도했던 우려와 기대가 조정되는 양상이나, 조정장이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과 주변국의 현실적인 경제력의 격차와 지정학적 관점에서의 우위 등을 고려하면 비(非)미국 경제가 체감하게 될 관세 충격은, 미국이 인내해야 할 고통에 비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경험했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중 무역 분쟁에서도 승자는 미국이었다. 지난 2018년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인상을 멈춘 2019년 말까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USA 지수’(미국 증시 상장사 시가총액 85% 추종)의 누적 수익률은 20%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MSCI AC World 지수’는 -2% 전후의 수익률에 그친 바 있다.

◇‘美 자국 중심주의’ 누구의 이익될까 = 연초 이후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의 양상은 비미국 우위 구도가 명확했다. 원인을 분석하면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관세 우려를 반영해 왔던 비미국 증시에는, 생각보다 경기 대응책이 강구되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추정된다. 반면, 자국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구가 미 증시의 ‘나 홀로’ 강세를 더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은 관세 문제가 미국 경기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로 나타나 주식시장의 차익 실현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미국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고점 대비 5% 이상 하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관세 우려가 깊었던 중국의 홍콩 항셍 지수는 올해 누적 성과가 20% 넘나들고 있다.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역시 15%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첨단 기술 중심 미국, 대체재가 없다” = 하지만 이런 시장 분위기는 단기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경제 대표 산업은 전통 제조업 기반이 아니라 첨단 기술 기업이며, 이들은 무역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인공지능(AI) 칩 제조사의 기술적 우위는 충분히 소비자에게 관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아직은 대체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주력 매출은 ‘서비스’ 형태이기 때문에 관세를 적용받지도 않는다. 이처럼 산업 구조 자체에서 미국은 전통 제조업에 주력하는 국가와 비교해 유리함을 갖고 있다.

◇미국 정부도 증시 변동성 부담 = 뉴욕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미국 정부가 간과할 수 없는 점도 단기 조정장 주장에 힘을 싣는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주식시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매도세는 ‘글로벌주의자’들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관심’과 함께 ‘남의 탓’을 각별히 강조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당시 S&P 500 지수의 성과를 종종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해 왔고, 그의 지지율 역시 주식시장 성과에 크게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22년 가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44일 만에 사직하게 된 계기는 장기 국채 금리의 급등세 때문이었고, 지난해 초여름 프랑스 조기 총선의 판세를 결정한 것도 프랑스 국채와 주식의 높은 변동성이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국채 금리 하락을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주식시장 하락과 마찬가지로 미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자기기만’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관세 정책’ 단기엔 안 그칠 듯, ‘낙폭 과대주’ 주목 =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일시에 되돌려질 가능성은 작다. 그들은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충격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 말하는 중이기도 하다. 다만, 유의미한 수준까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 미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이 유달리 부각된다는 점은 그들에게 점진주의적 태도를 촉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실물 경기 지표는 매파 일색의 정책 구사에 부담이 큰 상태다. 설문조사 기반의 경제 지표들은 모두 관세 영향을 반영하며 둔화된 모습을 보이는 중이고, 경기 침체 판단의 최후의 보루 격인 고용 역시 지난주 확인된 것처럼 마냥 안심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 정부의 관세 등 정책 추진 속도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직전 대비 온건한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크다고 판단한다.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더 연장한 사례를 살펴봐도, 미국 경제에 즉각적인 타격을 가할 만한 상황은 그들도 피하고 싶음이 분명하다. 뉴욕 증시에만 관세 정책발(發) 시장 경계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점에서 정책 부작용의 우려는 일부라도 되돌려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반대로 관세 공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쾌조의 상승세를 보여왔던 비미국 증시는 최근 단기 과열 신호가 불거지는 만큼 최소 숨 고르기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실적 대비 낙폭과대 업종(정보기술(IT)·커뮤니케이션·금융)을 잘 살펴봐야 한다.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