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폐허가 된 우크라 지난 22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토레츠크의 건물들이 폐허로 변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간 이어진 전쟁 기간 손상된 가옥 수는 전체 주택 수의 10%인 200만 채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EPA 연합뉴스

■러시아 - 우크라 전쟁 3년 : (3) 평화로 가는 길 ‘첩첩산중’<끝>

美와 720조 광물협정 타결임박
우크라 자원수입으로 재건사업
협정문 초안에 ‘안전보장’빠져
젤렌스키 “트럼프, 역할 해달라”
美특사 “이번주 합의 서명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광물협정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조건으로 대통령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측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서두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광물 제공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23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상 상황에 대해 “난 이번 주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은 지난주 젤렌스키 대통령이 합의를 망설이는 것을 봤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제안한 협정문에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안전보장 내용이 없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며 맹비난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에 합의 체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뉴욕타임스(NYT)가 확보해 보도한 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자원 수입은 미국이 100% 지분을 갖게 되는 기금에 투입되며, 우크라이나는 기금액이 5000억 달러에 달할 때까지 돈을 넣어야 한다. 미국이 수입의 일부를 우크라이나의 지하 자산과 시설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에 재투자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 군사지원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을 뿐 미래 안전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초안에 안보보장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확인하면서도 협정이 미국의 보장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의 압박이 커지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국의 조건이 ‘너희가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와주지 않겠다’라는 것이라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며 “우리가 (협정 체결을) 강요받고 그것 없이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다만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온다면, 내가 정말 이 자리에서 떠나기를 바란다면 나는 준비돼 있다”며 “조건이 즉시 제공된다면 나토와 그것(대통령직)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혀 확실한 안전보장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단순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욱·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