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공제한도 확대 등
한강변 1주택자 주로 수혜
대선 의식한 실용주의 분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근로소득세 개편 등 중도층과 중산층을 겨냥한 정책을 연이어 내놓은 데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공략하지 못한 유권자층을 향한 맞춤형 공략이라는 평가가 24일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와 진보란 이념적 구분보다 철저히 표를 의식한 이재명식 실용주의”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 9일) 이틀 전인 3월 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4%, 이재명 민주당 후보 43%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는 윤 후보 47%, 이 후보 41%로 조사됐다. 보수는 윤 후보(76%), 진보는 이 후보(74%)로 기운 가운데 중도층 민심 향배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2022년 3월 1∼2일)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윤석열-이재명 가상 양자 대결 시 윤 후보 45.9%, 이 후보 45.0%로 박빙이었고, 중도층에서는 윤 후보 48.3%, 이 후보 39.4%로 집계됐다.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갈린 데엔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이에 따른 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반발심리가 컸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대선 당일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1주택 소유자라고 밝힌 응답자들은 윤 후보 50.2%, 이 후보 46.5%로 각각 지지했다.

실제 득표 결과를 보면 윤 후보 승리에는 서울에서 31만 표를 더 받은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특히 부동산에 민감한 한강 연접 자치구에서 40만4516표를 더 가져갔다. 지역별로 용산구 2만4984표, 성동구 1만9469표, 광진구 3811표, 영등포구 1만8403표, 동작구 1만2819표, 강동구 2만1421표 등에서 이 후보가 열세를 보였다. 용산을 제외하고는 해당 지역 대부분 현역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로서는 뼈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상속세 때문에 집 한 채 포기할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이 대표의 발언은 ‘한강 벨트’를 겨냥했다는 시각이 많다. 상속세 공제한도를 18억 원으로 상향하면, 공시가격 기준 10억∼18억 원 사이 아파트가 많은 서울 성동구·광진구·용산구·영등포구·동작구 등 한강벨트 주민들이 큰 수혜를 받게 된다. 또 이 지역에는 대기업 등에 근무하는 근로소득자가 많아 소득세 과세표준을 조정하게 되면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