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현안사업 예산 증액 요구할 수도

재정자립도가 10%대 안팎에 불과한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의 무차별 현금살포가 확산하면서 정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내년도 예산 편성 때 각종 지자체 현안 사업에 대한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지자체들이 협의·조율 없이 선심성 예산 집행을 늘리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법적으로 제동을 걸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24일 관가에 따르면, 19개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안정지원금’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계획으로 전해지면서 예산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자체 재정 집행이기 때문에 당장 정부 재정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지만 선심성 예산 집행 후 재정 여건이 어려워진 지자체들이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자체 현안 사업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사무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정부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정부에 지원을 더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10%를 밑도는 지자체의 지원금 투입이 늘며 정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자체 세입이나 사업으로 지출을 감당할 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향후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 등 정부 이전재원 의존도가 더 높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건 국고보조를 많이 받는다는 뜻”이라며 “민생안정지원금으로 예산을 돌렸으니 다른 지자체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민생안정지원금을 투입하면서 정부와 지급에 관해 논의하지 않고 있는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정부로서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감시기능이 전혀 없어 머리 없이 손발이 따로 노는 모양새”라며 “지역화폐 발행 제한 등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현금 지원을 줄이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