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로 유지되던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이 16년 만에 와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교육부와 정치권의 유무형 압박에도 불구하고, 설 연휴 기간을 전후해 고려대(5.0%) 연세대·동국대(4.98%) 성균관대·한양대(4.9%) 등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 5% 안팎의 대폭 인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 등록금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올해는 5.49%) 이내에서 인상할 수 있지만, 정부의 동결 정책에 따른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교육부는 2009년 등록금 동결을 권고한 이후 2012년부터는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2 유형’을 지원하는 등의 규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대학 재정이 경쟁력 강화는 고사하고 정상적 학사 운영도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큰 인상률에 총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사학 재단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젠 등록금 규제를 완전히 풀 때가 됐다. 예상되는 문제는 장학금 확충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 과거 대학 진학률이 치솟으면서 이에 편승한 등록금 인상이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를 부추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대학에 주는 불이익부터 당장 없애야 한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은 우수한 교원 영입, 연구비 증액은 물론 시설 보수도 못 한 것이 사실이다. 등록금 인상과 함께 재단은 적립금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정부는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라는 ‘3불 정책’ 등 대학 규제 혁파에도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