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미 국방부, NYT·NBC·NPR·폴리티코에 ‘기자실서 퇴거’ 통보
뉴욕포스트·브레이트바트 등 친트럼프 매체가 대신 자리 차지
미 국방부 "연례 언론사 순환 프로그램" 설명에도 비판·우려 이어져


미국 국방부가 언론사의 기자실 자리를 연례적으로 순환해 배치하겠다며 미국 주요 매체 4곳에 기자실 퇴거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과 사사건건 충돌해 온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비판 언론 솎아내기’ 작업에 본격 나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조너선 얼리엇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메모를 통해 "국방부의 제한된 기자실 공간에서 일하는 특권과 저널리즘적 가치를 누리지 못한 매체에 이 공간에 접근할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며 ‘연례 언론사 순환 프로그램’ 시행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NYT)와 NBC방송, 공영 라디오 NPR,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언론사 4곳이 오는 14일까지 기자실에서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 매체의 자리는 타블로이드지 뉴욕포스트, 케이블채널 원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 허핑턴포스트에 돌아갈 예정이다.

얼리엇 대변인은 "유일한 변화는 새로운 매체들이 국방부 기자단의 상주 회원이 될 수 있도록 (기존 상주 매체들이) 건물 내 공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퇴거하는 매체들도 여전히 기자단 정식 회원으로 브리핑 등에 대한 동일한 접근 권한을 누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의미를 얼리엇 대변인의 설명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퇴거되는 4개 매체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피트 헤그세스 신임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추문과 의혹에 대해 엄격한 보도를 해 왔다.

반면 새롭게 들어온 뉴욕포스트, 원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브레이트바트는 친트럼프 성향 매체로 평가된다. 허핑턴포스트는 진보적 성향이지만, 국방부에는 출입 기자가 없다고 한다.

미국 언론단체 전미언론클럽(NPC) 마이크 발사모 회장은 성명을 내고 "미 정부의 운영에 대한 언론인의 보도 능력을 제한하는 모든 조치는 투명성과 언론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에게 경종을 울린다"며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NBC방송은 "이번 조치로 국가 공익을 위한 취재와 보도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지만, NBC는 항상 그랬듯 동일한 진정성과 철저함으로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며 국방부 조치에 유감을 표했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와 헤그세스 장관이 국방부에 대한 더 강력한 보도를 원한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