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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ST 연구단 ‘금단 현상’ 논문서 밝혀

생쥐의 뇌 선조체 작동 분석
중간뉴런 나트륨 발현 억제
비정상 신경활동 차단 효과
도파민 분비 정상수준 회복

FDA 승인 ‘프로싸이클리딘’
저용량 투약때 금단증상 완화
니코틴 중독 해결 실마리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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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흡연자들은 습관적으로 금연 결심을 하지만 실제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연할 때 발생하는 금단증상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담배 금단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뇌 속의 신경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파킨슨병 치료제 ‘프로싸이클리딘(procyclidine)’이 담배 금단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해 관심을 모은다.

◇담배, 인간 위선(僞善)의 결정판 =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강좌 중 하나인 ‘정의론(Justice)’ 강의를 통해 인류가 담배를 두고 벌이고 있는 야단법석과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인류에게 담배가 그렇게 나쁜 것이라면, 세계 각국 정부가 처음부터 흡연을 금지하면 한꺼번에 문제 대부분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권력이 강한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흡연이 불법이 되면 사회에서 흡연자를 찾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한국에서 마약류 사범이 설 자리를 찾기 힘든 것처럼 담배가 ‘금지 약물’이 되면 한국 사회에서 흡연자 수가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 각국 정부가 땅 짚고 헤엄치듯 쉽게 거둬들이고 있는 담배 관련 세금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담배 생산은 국가의 허가가 필요하고, 세금 때문에 원가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비싼 담배 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독(intoxication)’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사람들이 담배에 중독되도록 방치한 뒤 뒤늦게 금연보조제를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등 온갖 방법으로 위선을 떨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사서 피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고, 다른 한편에서도 담배를 끊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는 이율배반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담배 중독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담배의 구매나 흡연을 금지하면, 대부분의 담배 관련 문제가 바로 해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인구 22% 이상이 흡연자, 매년 900만 명 이상 흡연으로 사망 =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2%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매년 9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돈은 돈대로 쓰고, 건강에도 나쁜 담배를 왜 끊지 못하는 걸까. 담배를 끊으면 뇌 특정 부위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손 떨림 및 활동 저하와 같은 신체적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흡연자들이 다시 담배를 찾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니코틴 금단증상이 발생할 때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금단증상의 뇌 속 신경 메커니즘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질환연구단 임혜인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게재일 2024년 11월 3일)’에 실린 논문(‘Striatal Cholinergic Interneurons Control Physical Nicotine Withdrawal via Muscarinic Receptor Signaling’)을 통해 뇌의 선조체 영역 내 콜린성 중간뉴런이 금단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뇌의 선조체(striatum)는 뇌 기저핵(basal ganglia)의 주요 입력(input) 부위로 각종 행동 및 뇌 질환(운동장애, 약물 의존성, 자폐증 등)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간뉴런은 뇌 국소 부위에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분비하는 신경 세포를 말한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선조체 콜린성 중간뉴런의 나트륨 통로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신경세포 활성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 니코틴 금단으로 인한 손 떨림 증상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최신 다중전극어레이(multi-electrode array)를 통해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가 비정상적인 신경 활동 변화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미세투석(microdialysis) 실험에서는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를 통해 니코틴 금단으로 20% 이상 감소된 선조체 ‘도파민’(카테콜아민 계열의 유기 화합물로, 다양한 동물의 중추 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으로 작용함) 분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도 확인했다.

◇프로싸이클리딘의 활용 가능성 확인 = 연구팀은 또 니코틴 금단을 유도하기 전 생쥐에 미 FDA에서 이미 승인된 파킨슨병 치료제인 프로싸이클리딘을 저용량으로 1회 투약한 결과, 금단증상인 손 떨림이 50% 이상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프로싸이클리딘은 미 FDA에서 승인된 무스카린성 억제제(muscarinic antagonist) 약물이다. 파킨슨병, 근육긴장이상증(dystonia) 등의 운동장애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안전성이 대개 확인된 약물인 프로싸이클리딘을 활용해 니코틴 금단 치료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임상 시험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 FDA에서 이미 승인된 프로싸이클리딘을 니코틴 금단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금연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흡연에 따른 건강 악화 문제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IST의 임혜인 박사는 “현재까지 담배 금단증상 치료제로 허가된 약물은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밖에 없었다”면서 “이에 따라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 외에 추가적인 담배 금단증상(금연)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니코틴을 포함한 다양한 중독 문제를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