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찾은 유가족들 혼란

관리동 3층 통합지원센터 설치
유족들은 운영한단 사실도 몰라
뉴스 보고서야 지원내용 알기도
전담공무원도 현장서 우왕좌왕

무안=김린아·이재희·노수빈 기자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뒤 이틀째인 30일 오전 179명의 사망자 유족들은 공항과 관계 당국의 소통 부족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정부는 사고 당일인 29일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했지만, 유족들은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 “유족끼리 ‘알음알음’ 수습 절차나 지원책을 파악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당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3층에 통합지원센터를, 탑승동 2층에 ‘피해자 가족 지원상담 창구’를 설치하고 유족들에게 사고수습 상황, 사망자별 신원확인, 장례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공항에서 만난 대다수 유족은 통합지원센터가 설치된 사실조차 모르거나, 있어도 위치를 모른다고 말했다.

치과의사인 친형을 잃었다는 이모(46) 씨는 “장례 지원과 유가족 심리 지원을 위한 통합지원센터가 설치된다고는 뉴스를 통해 알았는데, 주변 유족들에게 물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로 직장 선배를 잃었다는 이모 씨는 “공항 안내방송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을 전달해주고 있어 공항을 뜰 수 없다”며 “무안종합스포츠파크, 목포대 기숙사 등에 유족들이 쉴 곳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이곳으로 가면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다”고 따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자 가족 지원상담 창구와 관련된 정보를 30분마다 공항 안내 방송으로 전달하고 있어 이 방송을 듣고 유족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면서도 “다만 신원확인 관련 이외에는 유족별 대표 번호로 일일이 연락을 넣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담공무원 제도’도 제각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남도는 유가족 전담공무원 360명을 지정해 유가족을 일대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우왕좌왕 운영’으로 유족들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복수의 전남도청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유족들에게만 지원되고 있다”고 했지만, 또 다른 전남도청 관계자는 “신원확인이 안 된 유족들에게도 배정이 된다”고 안내했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었다는 유족 A 씨는 “신원 확인이 된 지 1시간이 넘었지만 아직 전담 공무원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그나마 어제 자정이 넘어서야 제주항공 직원이 나와서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알려준 것이 다일 뿐”이라고 말했다.

직접 피해자 지원센터에 연락해 지원을 요청한 유족도 있었다. 이모 씨는 “유족들에게 KTX임시열차가 제공된다고 했는데,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건 오후 3시 한 대뿐이라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며 “뉴스에서 피해자 지원 번호를 보고 전화해서 차량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