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0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철조망 앞에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글과 국화가 놓여있다. 이시영 기자

■ 179명중 141명 신원 확인

유가족협 “다 확인 뒤 장례”
검안 늦어지자 애태우기도

무안=노지운·이시영·김유진 기자

“신원이 확인된 조카는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하고, 그의 아들 두 명은 신원 확인조차 못했습니다. 너무 참담합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전 179명의 사망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무안국제공항 가족대기실은 사망자 신원 확인 및 검안 작업이 늦어지면서 유족들의 절규 섞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유족 경모(55) 씨는 “아들 대학 합격 기념으로 온 가족이 태국여행을 떠났는데 모두 허망하게 가버렸다”며 “사망자 신원 확인만큼은 빨리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이날 오전 유족들은 17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사망자 모두 신원 확인이 될 때까지 모든 장례 절차를 잠시 멈출 것”이라며 “업체 측 등 유족들을 향한 개별적 만남을 지양해달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전날 밤 가족들이 어떻게 안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왔다”며 “아직 시신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분들도 온전한 모습으로 유족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 기관에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망자 179명 중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지문 대조가 가능한 사망자는 151명으로 나머지 28명은 시신 훼손 상태가 매우 심해 지문 감식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인 경우에도 지문 대조가 불가해 가족과의 유전자 비교가 필요하다. 경찰은 DNA 신속 판독기 3대와 검안의, 보조 인력 등을 추가 투입해 신속한 신원 확인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유족 일부는 전날 밤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입회하에 시신이 임시로 안치돼있는 공항 내 격납고로 이동해 시신을 확인하는 검안 작업을 마쳤다. 검안 절차를 끝낸 유족들에게는 시신을 인계할 방침이다. 하지만 검안 작업이 늦어지는 데다, 절차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당수 유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신원 확인이 완료된 141명 중 약 80명만이 검안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족은 “방송을 통해 대부분 신원 확인이 됐다고 들었는데, 시신 확인 등 그 이후의 절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언제쯤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전날 밤 대부분의 유족은 공항 1, 2층에 설치된 200여 개의 가족 셸터와 벤치 등에서 외투와 담요를 덮고 밤을 지새웠다. 전남도는 유족들을 위해 목포대 기숙사를 숙박시설로 제공했지만, 이곳을 사용한 유족은 20명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사고현장은 소방과 경찰의 엄격한 통제하에 수습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목포에서 왔다는 주민 A 씨는 “뉴스를 보고 믿기지 않아 오늘 아침 신랑하고 같이 왔다”며 “여행 끝나가지고 돌아올 때는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사람들이 잘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