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권한대행의 첫 국무회의 한덕수(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부권 놓고 여야 양쪽서 압박
특검·헌법재판관 등 결단 주목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나흘째 수행 중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첫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놓고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거대 야권의 입법 독주에 맞서 25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라는 여당의 요청과 ‘한덕수 탄핵’ 등 야당의 압박이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추경예산 편성, 장·차관 및 헌법재판관 임명 등 여야 간 정치 쟁점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결단 시점이 임박하면서 정치권 외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17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던 양곡관리법과 국회 증언감정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처리를 보류했다.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야당 반발이 거세지자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며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탄핵 사태 이후 국정과 관련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 속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우방국과 신뢰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해 나가겠다”며 “무엇보다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만큼 마지막까지 야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시한인 21일 이전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한 권한대행의 최대 정치적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야당과 전면전으로 갈등이 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은 앞서 지난 1월과 9월, 1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이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경우 야당에선 탄핵을 추진할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등 공석이 된 장관에 대한 인사권 행사 여부도 고민 지점이다. 야당에서 인사권 행사를 자제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앞서 권한대행 체제 때도 장관급 인사를 한 전례가 없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